진정한 기독교 영성의 표지(7)
활천 2000년 9월
들어가는 말
이상(理想)을 갖지 않고 사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현실을 모르거나 무시하면서 사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은 문제를 일으킨다. 이상과 현실 가운데 어느 편으로 치우치는가 하는 것은 한 인간의 퍼스낼리티와 연관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완전하고자 하는 욕구(The need to be perfect)를 지닌 사람. 즉 이상주의자(idealist) 혹은 개혁가(reformer)에 대해 생각하기로 하자. 이는 지난 글에서 언급한 배 중심의 사람(Gut Center)의 범주에 속한다.
제1유형의 사람: 완전에 대한 욕구를 지닌 자
이 유형에 속한 사람은 삶의 에너지를 분노, 변화, 그리고 변혁(transformation)에서 얻는다. 그리고 자신의 완벽주의 태도 때문에 항상 극단적인 태도를 지닌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대체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별로 좋지 않다.\
이 유형의 사람은 아동기부터 부모의 “착해야 해”, “너 스스로 행동해 봐!”, “좀더 열심히 할 수 없니?”, “유치하게 굴지마!”, “좀더 잘해!” 등의 목소리를 내면화해 왔다. 이런 사람들의 부모는 도덕주의자들(moralists), 완전주의자들(perfectionists), 칭찬과 격려에 인색한 자들이다.\
얼마 전 ‘시사 2580’이라는 TV 프로에서 다루어진 끔찍한 가정 비극은 여러 면에서 조명할 수 있지만, 칭찬과 격려에 인색한 어머니와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아들을 격려하고 칭찬했더라면(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두 내외의 관계가 온전할 필요가 있었지만), 은석 군은 낮은 자존감 혹은 낮은 자기 가치감정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열망은 어느 면에서 완전지향이었고 완전주의를 지향하는 어머니는 남편과 아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수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온 가족이 완전주의의 망령에 의한 희생자가 되었다.
이런 역기능적 가정(dysfunctional Family)에서 도덕주의자, 완전지향주의자의 자녀들은 특수한 아동들(gifted children)이 된다. 이런 아동들은 보상을 추구하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며, 부모의 애정을 잃지 않으려고 부모의 욕구와 기대를 총족시키고자 자신의 감정, 욕구를 무시하고 결국은 진정한 자기(the true Self)에 도달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부모(다른 사람)를 즐겁게 하고, 다른 사람의 사랑을 얻어내기 위해 자신의 발달을 포기한다. 이런 아동들이 나이가 들면 성인아이(The Adult Children)가 된다. 성인아이는 자아의 분화와 발달을 이루지 못하고 아동기의 문제를 성인까지 가져간 사람이다.
시험(temptation)
유형 1의 사람은 자신의 인생과 세상이 마땅히 되어야 할 인생과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좌절감을 느낀다. 그리고 좌절감 배후에는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분노가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표정과 태도는 항상 심각하며, 삶에 유머가 없다. 종교적으로는 청교도적인 성향을 지닌다. 하나님이 완전하시므로 더욱 종교적이며 청교도적인 성향을 지니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뿌리깊은 죄: 분노(Anger)
유형 1의 사람이 지닌 뿌리깊은 죄(the root sin)는 분노이다. 그러나 그/그녀는 이 분노를 노출시키려 하지 않는데, 이것이 그/그녀가 활용하는 방어기제이다. 그리고 주로 나타나는 삶의 현상은 일중독(workaholism)이다.
성령의 열매: 평온(tranquility)
구속(救贖)받지 못한 유형 1의 사람은 자기 의(Self-righteousness)에 매달려 산다. 그러므로 자신이 보기에 완전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약점이 보이면 즉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하며, 변화의 의지나 조짐이 보이지 않을 경우 즉시 비난하거나 좌절감에 빠진다. 그러므로 구속받지 못한 유형 1의 사람의 마음속에 평온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자기 직면을 통한 자기 지식(Self-Knowledge)을 기초로 하여 하나님과 만남을 가질 때 그/그녀의 퍼스낼리티는 구속받을 수 있고, 구속되면 그/그녀의 마음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평온이 넘칠 수 있다. 예수님의 평온은 그 모델이다. 그분은 세상을 비난하고 정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속하기 위해 오셨다.
구속된 유형 1의 모델이신 예수 그리스도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면, 그분의 마음은 늘 평온한 것을 보게 된다.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그분의 인격과 삶에서 투영되는 평온이 복음서를 읽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다는 것은 그분의 지녔던 평온을 갖는 것이리라. 그분의 온유와 겸손의 근저는 바로 이 평온일 것이다. 위선적인 종교와 종교가들을 향한 강한 질책까지도,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분노가 아닌 거룩한 분노였던 것은 바로 그 분노의 뿌리가 이 평온이었기 때문이다.
나가는 말
사람과 세상에 대해 품는 우리의 분노는 구속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완전주의를 지향하는 우리의 삶의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중독에, 관계중독에 빠져 있는 우리의 삶이 구속되어야 한다. 이러한 중독은 완전주의에 대한 또 다른 하나의 태도나 전략일 수 있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자기에 대한 올바른 직면과 지식을 갖고서 성령 하나님과 만남이 이루어질 때 우리의 인격과 관계의 삶은 변형 또는 구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