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중복음의 역동적 신학화
이현갑 목사
서론
한국성결교회의 전도표제인 사중복음을 우리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목회자 및 교인들은 어느 정도 이해하는가? 또한 얼마나 많은 성결교회 목회자들이 사중복음을 목회에 적용하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부정적이지 않을까? 사중복음을 성결교회의 전도표제로 인식은 하나, 사중복음을 통해 교회부흥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초기 한국성결교회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들은 사중복음을 통해 전도를 하였으며, 사중복음으로 인해 교회가 급격히 부흥을 하였다. 중생의 필요성과 성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신유의 역사가 일어났으며, 재림에 대한 소망으로 가득하였다. 그 결과 사중복음은 자연스럽게 한국성결교회의 전도표제로 자리 매김을 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한국성결교회가 총회나 지방회 또는 성결인대회와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사중복음’을 표어로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사중복음을 통한 교회 부흥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그 동안 한국성결교회가 사중복음을 구호로만 내세울 뿐 사중복음의 신학화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중복음의 신학화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한국성결교회 초기부터 내려온 사중복음의 독특성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초창기 성결교회로부터 내려온 사중복음의 독특성은 ‘역동적’이라는 데 있다. 이것은 사중복음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교회를 부흥시키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작업을 가리켜 ‘사중복음의 역동적 신학화’라 부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성결교회의 역동적 신학화에서 두 가지 중요한 내용은, 사중복음을 성결 중심으로 해석하고 또한 성령론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성결 중심의 사중복음 해석
서울신학대학교의 한영태 교수는 성결교회의 사중복음은 성결론의 큰 테두리 안에서 형성되었기에 성결론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성결이라는 우산 안에 사중복음이라는 우산살이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였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사중복음의 신학화를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성결론적 입장에서 사중복음을 이해하여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뒤집어보면 사중복음이라는 우산살이 펴질 때 비로소 성결이라는 우산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성결이라는 우리 기독교인들의 대명제는 성결 자체만을 추구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생, 성결, 신유, 재림의 사중복음 모두를 추구해 나갈 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성결의 강조는 성령의 역사를 통한 교회의 부흥을 가져온다. 기독교 역사를 볼 때 존 웨슬리를 통해 이루어진 영국의 대부흥운동과 찰스 피니를 통해 이루어진 미국의 대각성운동은 바로 성결의 강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성결 중심의 사중복음의 이해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자.
첫째, 중생과 성결은 구원의 연결선 상에 있다
중생을 성결의 시작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구원의 문제를 중생으로만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성결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칼빈주의 관점에서는 구원은 중생으로 끝난 것으로 보지만, 웨슬리안의 관점에서 구원은 중생에서 시작하여 성결로 계속 이어진다. 이처럼 중생을 성결의 시작으로 이해하면 과거의 중생한 사실보다는, 현재 중생한 사람으로서의 성결한 삶을 살고 있는가를 강조하기 때문에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추구하게 된다.
둘째, 성결은 온전한 성화이다
칼빈주의 사상에는 점진적 성화라는 개념은 있지만 성결을 의미하는 온전한 성화라는 개념은 없다. 칼빈주의에서는 점진적 성화를 중생한 사람에게 누구나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웨슬리안의 성결의 개념은 이러한 점진적 성화의 개념과는 다르다. 존 웨슬리는 성결을 ‘온전한 성화’라고 하여 칼빈주의의 성화와 구분하였으며,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성결 상태에 도달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온전한 성화인 성결의 상태가 되면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을 사랑하되 마음을 다해, 뜻을 다해, 목숨과 힘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며,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을 이룰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셋째, 신유는 성결의 은혜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 중에는 성경에 나타나는 신유의 기사를 믿고 그대로 행하기만 하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믿음과는 달리 신유를 강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신유의 역사가 잘 일어나지도 않으며, 심지어는 신유의 강조로 인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우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본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신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신유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고치시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성결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신유의 은혜를 구하는 사람이나, 신유의 은사를 행하는 사람 모두가 성결한 삶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신유는 성결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이다.
넷째, 재림은 성결한 자에게 주시는 소망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이것이 기독교인들이 가져야 할 필수적인 종말론적 신앙이다. 그러나 가끔 예수님의 재림을 고대하는 자들이 세상의 삶에서 도피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본다.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이러한 잘못된 재림사상은 대부분 재림과 성결을 분리시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성결과 재림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성결이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며, 또한 예수님의 재림을 통해 이루어지는 천년왕국은 예수님을 통해 이루어지는 완전한 성결의 나라이다. 그리고 신천신지로 일컬어지는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는 성결한 사람이 거하는 곳이다.
성령 중심의 사중복음 해석
사중복음은 성결교회의 교리가 아니라 전도표제이다. 전도표제란 전도에 실제 쓰여지는 역동성이 강조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중복음의 역동성이다. 이러한 역동성으로 말미암아 사중복음은 많은 사람들을 예수를 믿고 구원받는 길로 인도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한국성결교회의 사중복음이 성령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성령은 그리스도인이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중복음을 신학적 또는 교리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성령 중심으로 해석해야 한다.
첫째, 중생이란 성령으로 거듭남을 말한다
기독교인에게 중생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예수 믿고 교회 다니는 것 자체가 중생한 증거라고 믿는 사람도 있으며, 세례를 받았기에 중생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요한복음 3장은 중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또한 중생은 성령의 역사에 의한 분명한 체험임을 강조한다. 이것은 성령의 역사와 중생의 체험이 깊은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칼빈 신학과 웨슬리 신학 모두가 중생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웨슬리 신학은 칼빈 신학보다 중생 후의 성령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중생한 자는 그 안에 역사하시는 성령을 체험하고 성령의 인도하심대로 살아야 함이 강조되는 것이다.
둘째, 성결이란 성령의 세례와 성령의 충만을 말한다
성결 역시 성령의 순간적인 역사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성령의 역사를 가리켜 성령세례라고 일컫는다. 칼빈주의에서는 성령세례를 중생과 연결시킴으로써 초대교회 오순절 성령세례의 역동성을 상실하였지만, 성결교회에서는 성령세례를 순간적인 성결의 은혜와 연결시킨다. 따라서 성결의 은혜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성령세례를 받기를 간구하게 되며, 뿐만 아니라 성결의 은혜를 입은 사람도 성결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성령충만을 계속적으로 받기를 간구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신유란 성령의 능력을 말한다
사중복음 중에서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도 또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신유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부작용은 신유 기도자가 예수의 이름으로 병 고침을 명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병이 낫지 않았을 때 그로 인해 예수님의 영광을 가리우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신유의 기도에 대한 좀더 신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신유의 기도를 ‘간구의 기도’와 ‘명령의 기도’의 두 가지로 분류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신유의 기도를 할 때 “예수의 이름으로... 할지어다!”라는 명령의 기도를 습관적으로 해서는 안되며, 이러한 기도는 강한 성령의 역사가 있을 때에만 해야 한다. 성경을 살펴보면 성경에 나타나는 모든 명령적인 신유의 기도는 습관적인 신유 기도를 통해서 된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성령의 역사가 있을 때에만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성경에는 신유의 기도를 할 때마다 완벽한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는데, 오늘날에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바람직한 신유의 기도는, 환자를 대할 때 먼저 신유를 위한 간구의 기도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주님 ...의 병을 고쳐 주시옵소서”라는 식의 간구의 기도는 누구를 막론하고 할 수 있는 기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유를 위한 간구의 기도 중에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가 일어나면 명령의 기도를 하는 것이 좋다. 신유를 위한 명령의 기도는 신유의 은사가 있거나 성령이 충만한 사람에게서 강하게 나타난다.
넷째, 재림이란 성령 안에서의 소망을 말한다
예수님의 재림은 구원받은 자에게는 말할 수 없는 소망이다. 그러나 실제 구원받았다고 믿는 그리스도인 중에 이러한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예수님의 재림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재림에 대한 소망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재림에 대한 소망은 억지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성령이 충만해지면 자연스럽게 세속적인 소망을 버리게 되고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재림에 대한 소망으로 이어진다.
결론
한국 성결교회의 전도표제인 사중복음을 신학적으로 고찰할 때 ‘성결’과 ‘성령’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을 가리켜 ‘사중복음의 역동적 신학화’라고 말한다. 이것은 사중복음이 단지 하나의 전도표제이거나 또는 신학사상이 아니라 이 두 가지가 함께 농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즉, 한국성결교회 초기에 큰 전도의 능력을 발휘하던 사중복음에 현대적인 신학의 옷을 입혀 복음 전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중복음으로 승화시키자는 취지가 바로 ‘사중복음의 역동적 신학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중복음을 성결 중심으로 해석하여 한국 성결교회의 사중복음의 분명한 신학적 입장을 재정리하고, 사중복음에서 성령의 역사를 강조하여 사중복음에 역동적인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앞으로 꾸준히 이루어져 나가야 할 우리 한국성결교회의 과업이라고 할 것이다. 이 과업이 성취된다면 한국성결교회는 또 한번의 부흥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활천 1999년 1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