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존 웨슬리 부흥운동에 영향을 준 기독교 운동들
영적 각성은 새롭게 하시는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이지만, 과거와 전혀 무관하게 불시에 있게 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진공상태에서 일하시지 않는다. 그러기에 웨슬리의 복음주의 부흥운동이 하나님께로부터 말미암은 것으로 인식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운동의 선행적인 것(antecedent)들을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웨슬리에게 미친 영향들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웨슬리의 부흥운동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당시의 기독교 운동들에 국한하여 살펴 볼 것이다.
1. 영국의 청교도 운동
많은 학자들은 웨슬리의 부흥운동을 퓨리타니즘(Puritanism)과 연관 지어 관찰하려 한다. 예를 들어 그린(J. R. Green)은 왕정복고 이후에 도덕이나 영적인 측면에서 영국에 있었던 진보의 전역사(whole history)는 퓨리타니즘의 역사였다고 확신했다. 그러므로 그는 18세기의 부흥운동을 청교도들이 시도했으나 성취하지 못한 종교적인 개혁 작업을 완성시킨 운동으로 간주 했다. 스테픈(Leslie Stephen)은 메도디즘을 “새로운 퓨리타니즘”이라고 명명했고, 할레비(Elie Halevy)는 메도디스트 운동을 당시 영국 특성의 일부였던 청교도적인 종교 의식의 부흥운동으로 이해했다. 웨슬리의 부흥운동을 퓨리타니즘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그로체스터(Gloucester)의 감독이었던 워벌톤(William Warburton)이 “이전의 퓨리탄 열광주의가 메도디즘이라는 새로운 이름 하에 되살아 났다”고 말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만큼 양자 간에는 닮은 점이 많이 있다. 실제로 몽크(Robert C. Monk)가 탐구한 바처럼 웨슬리의 삶과 신학 양면에 퓨리타니즘과의 연속성과 유사성이 뚜렷하다.
웨슬리의 가문에는 대대적으로 뿌리 깊은 청교도적 신앙이 전래되어 왔다. 그의 증조부 바돌로뮤 웨스틀리(Bartholomew Westley)는 1662년의 숙정으로 성직박탈을 당한 매우 활동적인 청교도 목사였다. 그의 조부인 존 웨스틀리(John Westley)는 그의 증조부 보다 청교도들에게 더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는 통일령에 순복할 수 없었고 결국 박해를 받다가 국교로부터 축출 당했다. 웨슬리의 친가 뿐 아니라 외가 쪽도 청교도적인 가계였다. 웨슬리의 외조부 사무엘 아네슬리(Samuel Annesley, 1620-1696)는 후기 청교도적 비국교도의 가장 현저한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통일령 하에서 추방당한 후 1696년에 사망할 때까지 런던에서 “비국교도의 족장”이었다. 그러나 웨슬리의 부친인 사무엘 웨슬리(Samuel Wesley, 1620- 1696)와 모친 수산나 웨슬리(Susanna Wesley, 1669-1742)는 모두 청교도 가정에서 양육 받았으나 국교로 전향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그들이 청교도적 유산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신앙 속에는 청교도적 영향력이 깊이 배어 있었다. 그리하여 엡워쓰(Epworth) 교구 목사관은 국교회의 목사관이었으나 근본적으로 청교도 가정이었다.
이러한 영향이 웨슬리의 생활과 신학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쳤음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웨슬리의 50권으로 된 기독교 총서를 보면 60명의 저자들 중 32명이 청교도 저자들이고 2차 발행서의 총 면수 중 청교도적인 요소는 7,200면이고 국교적인 요소는 3,900면에 불과하다. 이는 웨슬리에게 차지하는 퓨리탄 전통이 얼마나 강한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웨슬리의 부친 사무엘 웨슬리는 임종 시에 청교도적 특성인 하나님의 자녀에게 주어지는 내적 증거를 강하게 역설하였다. 이 같은 교리적 가르침은 당시에는 웨슬리에게 큰 체험으로 와닿지 못하고 있었으나 1738년 이후에는 웨슬리에게 절대적인 사상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성령의 증거”라는 설교에서 말하길 “하나님의 영은 우리 영에게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직접 증거하신다”고 강조하였다. 이 사상 뿐 아니라 의인, 성화, 의인 후의 회개, 성화의 점진적 과정 등은 퓨리탄 전통에 관계된 웨슬리의 관심을 보여 준다 할 것이다.
웨슬리의 부흥운동과 청교도 운동 간에는 사회개혁 측면에서도 관련성이 강하다. 청교도 운동을 단지 영국 국교를 개혁시키려는 교회 개혁운동으로만 보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교회 재조직은 퓨리탄들이 추구했던 것의 일부분일 뿐이고, 퓨리탄 운동의 핵심은 전 영역에 신앙과 삶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었다. 그들의 실재에 대한 비젼은 파편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 기독교적 관점이란 교회질서나 개인의 복지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까지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러한 퓨리탄 운동은 종교의 개혁과 더불어 도덕적, 사회적 개혁을 지향하게 되었고 도덕적, 사회적 개혁은 정치적 개혁을 요구하기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청교도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님의 말씀이 사회와 경제 영역을 꿰뚫어 흐르는 신정정치 체제였다”는 데이비스(Horton Davis)의 주장은 옳은 지적이라 하겠다. 이처럼 전 영역에 있어서의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는 청교도들에게 성과 속의 구별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사회적인 문제들도 영적인 의미와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들이 처해 있는 모든 영역을 거룩한 공동체(Zion)로 만들려는 단호한 행동주의로 나아갔다. 이러한 청교도의 사회적 영향력은 웨슬리와 그의 세대가 탄생했을 때는 청교도 운동의 대체적인 쇠퇴 속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그 빛은 꺼지지 않고 존 웨슬리의 삶과 사역 속에서 찬란하게 빛을 밝히게 되었다. 비록 웨슬리가 올더스케이트 이후에야 그의 청교도적 유산의 풍부성을 인식했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체험과 신앙 이해에 정신을 같이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가치를 실현시키려 시도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 있어 여러 역사가들은 웨슬리 운동을 포함하여 18세기와 19세기의 복음주의적인 사회개혁 활동 위에 청교도의 깃발이 흩날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 J. Brazier Green)은 주장하길, “그 시기에 대한 대부분의 작가들은 청교도적인 전통의 영향력이 교리나 교회적인 논란의 측면에서는 몰라도 적어도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그 복음주의 부흥운동에 의해 지속되었고 심지어는 강화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하였다.
참으로 웨슬리를 비롯한 18세기 각성운동의 많은 현격한 인물들이 청교도들의 작품과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이러한 유사성과 연속성에도 불구하고 18세기 부흥운동의 기원을 그 이전 세기의 청교도 운동에 국한하여 추적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우드(A. Skevington Wood)의 주장처럼 “성령이 웨슬리를 통해 이룩한 것은 새로운 역사”였기 때문이다.
랙(Henry D. Rack)은 18세기 영국에서 발생한 복음주의 부흥운동을 독자적인 것으로 보다는 대체로 유사한 성격을 지닌 보다 광범위한 전국적인 운동의 한 부분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경건주의 운동이 그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웨슬리의 부흥운동과 경건주의와의 이러한 관련성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학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건주의의 기원 문제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논란이 되고 있다. 헤페(Heinrich Heppe)와 랑(August Lang)은 영국의 청교도 운동에서 그 기원을 찾으려 하고, 리츨(Albrecht Ritschl)을 비롯한 몇몇 학자는 네델란드에 그 기원이 있다고 보며, 작세(Eugen Sachsse)와 로이베(Hans Leube)는 독일에서 그 뿌리를 찾으려고 한다. 그 기원이 어디이던 간에 본 논문에서 주목하는 것은 독일의 경건주의이다. 웨슬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독일의 경건주의, 특히 모라비안 경건주의였기 때문이다.
콜린스(Kenneth J. Collins)는 17세기 초기에 독일에서 경건주의가 성장 발전하도록 길을 예비한 요인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요인은 신조와 딱딱한 교리체계에 강조점을 두는 17세기 프로테스탄트 스콜라주의가 기독교적인 삶을 올바로 안내하지 못한데 있다. 이러한 스콜라 정통주의의 지배 하에서 정통적인 신학체계로 표현된 루터교 신조의 관점에서 성경을 해석하는 사람이 이상적인 신자로 숙고 되었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은 단지 지적인 동의로 전락되었다. 둘째 요인은 30년(1618-1648) 전쟁의 폐해이다. 이 전쟁 결과 종교와 도덕은 퇴화 되었다. 셋째 요인은 루터가 교회에 남긴 유산이라 할 세속권력에게 부여된 영적인 역할에서 발생되었다. 독일 귀족들의 영적 서임권은 새로운 형태의 황제교황주의(caesaro- papism)를 결과하여 종교에 무관심과 형식주의를 낳게 했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건주의운동은 이러한 것들에서 기인된 형식적인 신학에 비중을 두거나 강조하는 것, 상투적으로 교회에 다니는 것, 그리고 메마른 영적 상태의 삶이라고 느껴지는 것에 대해 반발하여 발현케 되었던 것이다. 경건주의자들은 외형적인 신앙을 탈피하여 보다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경건을 창출하고자 하는 소망을 가졌고 루터 정통주의에서 늘 신학적으로 관심이 결여 되어 온 선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 경건주의운동의 두드러진 지도자는 슈페너(Philip Jacob Spener)와 프랑케(August Hermann Francke)였다. 슈페너는 당시의 외형적인 종교행위만 있고 하나님 말씀에 따른 진실한 행위가 없으며 심령생활이 고갈되어 있는 교회상을 개혁하려는 의도로 경건한 자들의 모임(Colligia Pietatis), 곧 교회 안의 작은 교회운동(ecclesiola in ecclesia)을 전개했다. 이 작은 모임을 통하여 교회개혁에 대한 자극들이 촉진되었다. 본격적인 경건주의운동은 그가 1674년에 경건한 소원(Pia Desideria)을 출판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그 책에서 교회개혁을 위한 6가지 프로그램을 제시하였다. 즉 성경을 열심히 읽을 것, 신자들의 영적 제사장직의 실현, 단순한 교리지식에서 벗어나 실천에 힘쓸 것, 신학적인 논쟁은 극히 필요한 경우로만 제한 할 것, 신학교육과 제도의 개혁, 수사학적 설교가 아닌 덕성과 영성 함양의 설교로 돌아 갈 것 등이다.
슈페너를 뒤이어 독일의 경건주의 운동을 더 제도화 시킨 인물은 프랑케이다. 그는 슈페너의 영적 영향력에 의해 거듭남을 경험했고 슈페너의 초빙에 의해 할레(Halle) 대학에서 활동하면서 고아원 설립과 학교설립을 통한 교육활동에 힘썼으며 할레를 경건주의의 중심지요 기독교 선교의 요람으로 만들었다. 이로써 경건주의는 해외선교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이렇게 슈페너에서 시작되고 프랑케에게서 꽃핀 경건주의는 진젠도르프(Nikolaus Ludwig von Zinzendorf)와 모라비안의 운동에서는 “한 새로운 요소”가 첨가 되었다. 진젠도르프는 프랑케가 할레에 세운 학교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슈페너와 프랑케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그들의 사상을 확장함으로 경건주의에서 독창적인 길을 개척하였던 것이다.
웨슬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경건주의는 바로 이 진젠도르프와 모라비안 운동이다. 모라비안들은 후스(John Huss)의 후예들로 보헤미아에서 종교개혁 이전부터 일종의 프로테스탄트들로 존재 했었다. 그들 중 일부가 박해로 인해 독일에 피난와 1727년에 진젠도르프 백작의 영지에 은신처를 구하게 되었을 때, 진젠도르프는 모라비안 난민들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로 새로운 종교 단체(Society)를 조직했다. 그 단체의 특징은 믿음으로 구원 받는다는 신앙과 신생으로서의 개인적 회심, 그리고 그리스도에게의 개인적인 헌신이었다. 이 새로운 종교단체는 잘 조직된 공동생활로 정착 되었고, 이들 중 일단의 모라비안 거류민들(colonies)들이 영국과 아메리카로 이식 되었다. 이로 인해 영국의 부흥운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그들이 존 웨슬리에게 이신득의와 신생을 가르쳐 주고 웨슬리의 회심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웨슬리는 스팡겐베르그(Augustus Spangenberg)와 뵐러(Peter Boehler)와의 대화를 통해 신앙문제에 대해 깊은 영향을 받았고 모라비안 모임인 올더스게이트(Aldersgate)의 집회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뜨거워지는” 체험을 하는 결정적인 영향을 입게 되었다.
웨슬리에게는 이 모라비안들 외에도 독일의 경건주의자인 아른트(Johann Arndt), 그리고 슈페너와 프랑케 영향의 흔적이 강하다. 그에 대해 간략히 고찰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콜린즈(Kenneth J. Collins)는 아른트를 진정한 의미에서 “독일 경건주의의 아버지”라고 한다. 후의 경건주의자들이 옹호한 개인적인 개심에 대한 주제들, 생기 없는 지식주의에 대한 거부, 교리적 편협성에 대한 비판, 성화에 대한 강조 등이 이미 1610년에 그의 책 진정한 기독교(True Christianity)에 다 들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대륙을 건너 영국에도 1648년 초에 알려져 할레 경건주의자인 뵈메(Wilhelm Boehme)에 의해 영어로 번역 되었다고 한다. 웨슬리의 일기에 보면 웨슬리도 조지아에서 1736년 3월 24에서 3월 31일 사이에 이 책을 독파했다. 1738년 여름의 일기는 아른트의 진정한 기독교가 니취만(David Nitschmann)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그리고1738년 3월의 일기에는 그 책이 그라딘(Arvid Gradin)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기록해 두고 있다. 웨슬리는 그러한 것들을 통해 아른트의 그 책에 대해 받은 인상이 너무나 강하여 그 책을 발췌해 그의 기독교 총서(The Christian Library) 첫 권에 포함시켰다. 프랑케는 웨슬리가 24세 되었을 때 세상을 떠났기에 웨슬리가 그를 직접 대면한 일은 없다. 하지만 웨슬리는 그 할레 경건주의자의 저작들과 제도에 대해 친숙했다는 증거는 명백하다. 웨슬리는 조지아로 가는 도중에 프랑케의 할레의 경건(Pietas Hallensis)을 동생 찰스와 함께 독서했다. 그리고 1738년 여름에 웨슬리는 모라비안들을 방문하기 위해 헤른후트(Herrnhut)에 갔을 때, 6월 26-27일 양일간 할레에 들렸고 영국으로 되돌아 오는 도중인 8월 18-19일에도 들려 프랑케(G. A. Francke)와 대화를 나누었다. 웨슬리는 프랑케의 또 다른 저서인 니코데무스(Nicodemus)도 읽었으며 높은 가치를 부여해 역시 그의 기독교 총서에 포함시켰다.
그리하여 이 경건주의자들과 웨슬리의 부흥운동 간에는 유사성이 많이 나타난다. 의식(ritual)이나 형식 그리고 관례 등을 뛰어 넘는 종교에 가치를 부여한다든가, 중생과 실제적인 변화의 강조, 그리고 소그룹을 통한 성도들의 영적 성장과 성숙 훈련이라는 면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두 개혁운동은 형제자매적인 관계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친척관계의 정신은 분명히 공유하고 있었다”는 콜린스의 주장은 타당하다 하겠다.
스미스(Charles Smyth)는 고교회 전통(High Church tradition)에서 복음주의 부흥운동이 발생되어 나왔다는 암시를 했다. 스트롬버그(Roland Stromberg)는 이 사실을 더 명백히 하여 고교회 전통의 영성에서 그 부흥운동이 유래되었다고 보았다. 그는 고교회 전통이 그 시대에 있어 기독교적인 진정한 경건의 정수를 담지하고 있었고, 거기에서 복음주의 부흥운동이 나오게 되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월시(J. D. Walsh)가 지적한 바처럼, 그 부흥운동은 고교회 영성에 대한 반작용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18세기에 이르러 고교회의 영성은 내적인 강도의 상당 부분을 상실하고 외적인 형태와 의식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개인적인 갱신의 길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은 고교회적 경건이 지나치게 많은 염원(anxieties)과 불확실성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율법주의의 또 다른 형태로 보이는 그것을 떠나 복음주의 부흥운동에서 그처럼 강조점을 두는 마음의 종교에로 전향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고교회 영성의 전통과 웨슬리 부흥운동 간의 직접적인 관련성에 대해서는 지지할 수 없다. 그보다 고교회 전통과 복음주의 각성 간의 연결 고리는 종교 단체들(the religious societies)의 영향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종교 단체는 1678년에 런던 사보이 채플(Savoy Chapel)에서 일련의 각성에 관한 설교를 하고 있던 호르?(Anthony Horneck)의 지도 하에 소수의 젊은이들이 매주 모임을 갖게 되면서 처음으로 창설 되었다. 가입 조건은 국교도와 고교회적인 기풍의 사람들로 국한 했다. 이들의 주요 의도는 작은 그룹을 이루어 서로의 교화를 위해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며 엄격한 규칙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었다. 이 종교 단체들은 1688년의 명예혁명 후에 만개하여 1700년에 이르러서는 런던과 그 주변에 40개 이상이 존립했고 다른 시나 도시에도 상당수가 산재했다. 그 중 가장 거대하고 중요한 단체는 ‘기독교 지식 증진회’(The Society for Promoting Christian Knowledge, 1698)와 ‘복음 전파회’(The Society for the Propagation of the Gospel, 1701)였다. 이들은 국가의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당시의 사회적인 과제들에도 관심하여 박애적인 사업활동도 전개했다. 여러 면에서 그 종교 단체들은 슈페너의 경건한 자들 모임(colligia pietatis)의 앵그리칸적인 번역이었다 하겠다.
여러 학자들은 이러한 종교 단체의 흐름과 18세기의 부흥운동 간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드(A. Skevington Wood)는 대다수의 유명한 영국 종교 단체들이 웨슬리의 부친 사무엘 웨슬리가 1701년에 그의 엡워쓰(Epworth) 교구에 세운 것들이라고 본다. 그리고 존 웨슬리의 옥스포드 신성클럽도 그러한 모범에 의해 영감을 받았다고 보며, 메도디즘과 영국 모라비아니즘이 발전되어 나오게 된 페터 레인 신도회(The Fetter Lane Religious Society)도 같은 흐름 선상에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웨슬리의 속회(Class Meeting) 또한 같은 유형의 모방이었다고 한다. 월시(John Walsh)도 복음주의 초기의 많은 지도자들이 이 자발적인 종교 단체 운동에서 양육되었고, 그들의 복음주의 운동은 이전 종교 단체 기능들- 도덕 개혁, 신앙 전파, 친교- 의 많은 부분들을 취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웨슬리가 1732년에 S.P.C.K.의 회원으로 선택되었고, S.P.G의 후원 하에 조지아에 선교사로 가게 되었음도 상기시킨다. 오벌톤(J. H. Overton)은 이전의 종교 단체들이 메도디스트 신도회들에 뼈대를 제공해 주었다는 견해를 견지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웨슬리가 그의 신도회들을 이전 종교 단체들의 ‘엄밀한 모사’(replica)가 되게 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파이크(D. Pike)도 메도디스트 신도회는 이전 종교 단체 조직과 태도를 반복했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피이트는 “그 여명(웨슬리 부흥운동)은 1678년부터 형성된 많은 수의 종교 단체들에 의해 선도 되었다. 메도디즘이 공적으로 선포되기 61년 전에 그 종교 단체들이 그러한 반동(reaction)의 기초를 놓았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메도디스트의 관례들은 17세기 말의 종교 단체들에 이미 배태되어 있었던 것들이라는 주장을 펴는 시몬(John S. Simon)도 결론적으로는 웨슬리의 신도회들이 이전 종교 단체들의 유형을 ‘엄밀하게 모사’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는 오벌톤의 주장은 잘못된 것으로 보는 듯하다. 더 나아가 폴투스(Portus)는 메도디즘은 이전 종교 단체들의 조직에 빚진 것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메도디즘은 단지 종교 단체들로부터 인적 자원만 보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웨슬리의 신도회들이 국교의 종교 단체들과 교리나 조직상의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교의 종교 단체들이 요구하는 규칙들은 회원들은 반드시 국교도여야 하고, 국교의 기도문만을 사용해야 하며, 성직자의 감독 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그러나 웨슬리의 신도회들에서는 즉석 기도를 활용했으며, 죄의 고백과 체험에 대해 서로 간의 교제를 나누었고, 평신도 지도자를 적극 활용했다. 그리고 회원권에 있어 국교도나 남자에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조직에서도 조(Band)라고 하는 보다 더 친밀한 회합 형태의 모라비안 스타일을 채용했고, 독자적인 더 정교하고 혁신된 연합 신도회를 등장시켰다. 이러한 면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목적이나 제도들에서의 어떤 연속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1744년에 출판된 연합 신도회의 규율을 보면, 주간 모임, 월간 금식, 그리고 개인적인 금욕주의 등 이전의 종교 신도회들과 연속선상에 있는 요소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처럼 양 자 간에는 연속성과 상이성이 공존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고교회 전통이 종교 단체들을 통해 웨슬리의 부흥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나 간접적인 영향은 미쳤다는 점을 인지하게 된다. 이전의 그 종교 단체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부흥과 개혁을 이끌어 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유산은 대단히 의미가 깊다 할 것이다.
루터의 종교개혁 운동은 중세의 스콜라주의에 대한 반발을 나타낸 것이었다. 16세기 후기와 17세기는 경화된 프로테스탄트 스콜라주의 시대를 낳았다. 프로테스탄티즘이 중세의 스콜라주의에 대한 반동을 반영한 것이라면 독일의 경건주의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새로운 스콜라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발생한 것이었다. 영국에서는 그러한 풍토가 합리주의의 지배로 나타났다. 맥기퍼트(Arthur Cushman McGiffert)의 견해에 따르면 18세기의 각성은 적잖이 이러한 지적 환경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는 복음주의는 합리주의에 대한 항거의 관점에서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부흥운동이 어느 정도로 이신론(Deism)의 발전에 의해 구체적으로 자극을 받았는지는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게슈트리히(Christof Gestrich)에 의하면 영국에는 이신론이 배양될 세 가지 역사적인 여건이 있었다. 첫째는 중세 후기 유명론 신학에서의 영국의 강세이다. 둔스 스코투스(Duns Scotus), 옥캄(William of Ockham) 등의 유명론은 이신론 역사에 중요한 철학자인 로크(John Locke)와 흄(David Hume) 등의 경험론에 대한 전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는14, 15세기에 위클리프의 등장으로 신앙의 대립을 해소해야 할 신학적인 중재 노력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었다는 점이다. 세째는 15세기에서 16세기로의 전환기에 콜?(John Colet, 1466-1519), 에라스무스(Erasmus), 모어(Thomas More), 그리고 피셔(John Fisher) 등의 지도적인 인문주의 학자들의 현존이 후기 이신론을 장려했다는 점이다. 모어의 유토피아(Utopia, 1516)에는 이미 이성적인 하나님 신앙에 대해 자세히 표현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18세기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배경들은 근대 철학과 과학의 후원을 등에 업고 기독교를 시대에 가장 알맞은 합리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진술할 것을 요구하는 결과를 낳았다. 관심의 초점은 주로 성서비평과 이성적 신앙이었다.
복음에 적용된 이러한 세속화 과정은 18세기 초부터 작용하고 있었다. 1702년에 토랜드(John Toland)의 신비적이지 않은 기독교(Christianity not Mysterious) 영국판에 의해 스테픈(Leslie Stephen) 경의 말대로 “이신론 논쟁의 신호탄”이 발사 되었다. 토랜드는 그 책에서 참된 종교는 반드시 이성적이며 이해가 용이해야 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기독교는 이에 대한 필요충족 요건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유대교와 이방적인 근원으로부터 정화된 순수한 기독교에서는 신비로 가득차거나 이성에 대립되고 이성을 넘어서는 어떤 것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로써 영적인 의미는 둔화되고 이성이 신격화 되었다. 1730년에는 이신론의 대표자 격인 틴달(Mathew Tindal)의 창조와 함께 시작된 기독교(Christianity as Old as Creation)가 출판되어 “이신론자의 성경”으로 환호를 받았다. 그는 기독교의 모든 참된 것들은 자연 종교에서 직접적으로 유래되었고 결과적으로 창조 때부터 존재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기에 전통적이고 조직화된 기독교는 인위적이고, 더 나쁘게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미신과 편협성의 혼합물이라는 것이었다. 1733년에 이르러서는 기독교 신앙의 정당성에 대한 이러한 반복된 공격이 누적된 효력을 발휘해 교회의 위기를 불러 왔다. 아마 무엇 보다도 가장 심각한 것은 성경의 계시에 대한 기독교 신앙의 전통적인 호소가 토대를 침식 당하고 성경에 대한 근대 비평적인 접근의 문이 개방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영향력들이 신학자는 물론 교인들에게까지 신속하게 확산 되면서 성경은 이제 무시되고 하찮은 것으로 취급을 당했으며 경박한 작가들의 작품이 더 선호되었다. 이러한 정황을 가리켜 루이스(John Lewis)는 1739년의 그의 저작 속에서 “살았으나 죽었다는 이름에 이보다 더 적합한 표징은 없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참으로 이신론과 합리주의가 몰고 온 것은 루이스의 지적처럼 “살았으나 죽은 것”이었다. 18세기 이성주의의 불행은 상식의 결여가 아니라 역동성의 결여에 있었다. 이성주의의 형이상학은 지나치게 냉담하고 추상적이어서 숭배자들에게 실제적인 열정을 불러 일으킬 수 없었다. 따라서 이신론은 합리주의로, 합리주의는 회의주의로, 회의주의는 냉소주의로 바뀌었다.
복음주의 부흥운동이 이러한 이신론적 합리주의의 지적인 도전에 대한 어떤 의식적이고 계산된 반응에서 나온 것이라는 증거는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복음주의 부흥운동을 단순히 이러한 파멸적인 세력에 대한 반발로 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 각성운동의 으뜸되는 결과 중의 하나가 만연되어 있는 회의주의와 망설임을 확신과 신뢰로 대치시킨 것임은 실로 분명하다 할 것이다. 그 부흥운동은 마음의 불안들에 대해 체험적인 답변을 공급해 주었고, 예리한 논리가 몰고 온 무기력의 자리를 불타는 확신의 역동성과 활력으로 대치시켰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