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36)

 명성교회의 세습을 바라보는 나의 소감

(2017년 11월 13일)

 

 

김삼환 목사의 측근 지인에게서 흘러나온 말에 따르면 김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어야 할 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할 즈음에 서울장로교회의 후임 목사가 전임 목사를 표절로 공격한 사건에 김 목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밖의 교회에서 전임 목사와 후임 목사 간의 심각한 갈등을 목격한 김삼환 목사는 자기 아들밖에는 믿을 사람이 없다고 확신한 듯하다.

내 자식이든 남의 자식이든, 인간은 모두 연약한 존재이고, 누구와도 언제든지 갈등할 수 있다. 문제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렸고, 최종적으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맡겨야 한다. 떠난 교회만이 아니라 맡고 있는 교회도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의 자식만이 아니라 심지어 원수와 같은 사람과도 우리는 화해하고 공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럴 자신이 도저히 없었던 김삼환 목사는 교회의 안정과 자신의 평안을 위해 - 자신과 아들의 말대로 욕을 먹을 각오로, 아니 십자가를 진다는 심정으로 - 세습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결국 최종적으로는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는 사람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존재인 듯이 보인다. 김삼환 목사는 자신(?)이 축적한 어마어마한 돈과 명성을 하루 아침에 잃을까 전전긍긍할 만큼 믿음이 약하거나 소심한 사람에 불과한데, 어쩌다가 대형교회를 만들고 그래서 우상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다 보니,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믿음과 건전한 판단력마저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교회 계승이라고 말하든 목회 세습이라고 말하든,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 자체가 무조건 잘못은 아니다. 아무도 오지 않으려는 힘든 교회에 자식을 불러온다든지, 또는 치명적인 중병에 든 부모를 돌볼 자식이 오직 하나밖에 없어서 그를 가까이 오게하는 것은 오히려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이다.

그리고 교인들이 완전히 자발적으로, 완전한 비밀 투표 방식으로, 그리고 여러 후보자들과 떳떳한 공개 경쟁 끝에 자식을 데려오는 것도 굳이 비난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자식을 역차별하는 것도 또 다른 모순과 비리일 수 있다. 그러나 명성교회의 후임 목사 선출 과정은 편법과 억지로 가득하다. 자신의 아들이 아니면 명성교회가 무너질 정도로 그렇게 심각한 중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교회가 점점 쇠퇴하는 위기 상황에 명성교회는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아마도 명성교회는 숫적으로는 도리어 더 부흥할지는 몰라도, 질적으로는 한없이 추락할 것이다. 김삼환 목사가 힘없는 젊은 후배 목회자들에게 안겨준 절망감은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에 안겨준 절망감에 비하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를 결정적으로 추락시키고 침몰시킨 자로 길이 명성을 떨칠 것이다. 하나님이 명성교회를 버리셨는지는 몰라도, 하나님의 용서와 인도를 진심으로 빌어볼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