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40)

 빌리 그래함에 대한 기억

(2018년 2월 22일)

 

 

오늘 아침에 세계적인 미국의 부흥사 빌리 그래함 목사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누구나 넘어야 할 사선을 그가 넘어갔다고 생각하니, 별다른 아픔은 전해 오지 않았다.

그에 대한 나의 기억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서울신학대학 시절에 그가 쓴 책 “불타는 세계”를 읽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기억에 남아 있는 내용이 전혀 없다.

다른 하나로는 1973년에 여의도에서 열린 대형 집회의 강사로 그가 온 사건이 기억된다. 그의 설교 내용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그가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와 헬리콥터를 타고 떠난 장면은 매우 신기하고 의아하기도 했다. “상당히 힘세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지만, 평범한 나와는 큰 이질감도 느꼈다.

그의 설교 주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에 관한 메시지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사랑에 관한 선포였다. 날이 갈수록 그는 후자의 주제에 더 집중했다고 한다. 어떤 본문으로 설교하든, 그는 늘 “그리스도께로 나오라!”라고 간곡하게 외쳤다고 한다.

그가 전한 성경의 영원한 메시지는 생명과 화평과 영원, 천국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가 아무리 유명한 부흥사였더라도, 내가 그의 설교를 특별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 내용이 매우 평범하고 단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베를린 선교대회(1966)와 로잔 선교대회(1974)를 제안하는 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하니, 미국의 협소한 복음주의 안에서만 갇혀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대체로 미국의 보수-우익의 편에서 섰던 자로 기억된다.

부시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수행했다고 하는데, 그가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열렬히 지지했는지, 아니면 적극 만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전자에 가까울 듯하다. 만약 그랬다면, 그는 결국 미국의 보수 우익의 충실한 대변자 노릇을 수행한 셈이다. 그가 수많은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했다고 하지만,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평화와 정의를 얼마나 열렬히 선포하고 실현했는지는 무척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