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나는 너를 모른다

 

(2019년 6월 29일)

 

오늘 나는 우연히 한겨레가 방송한 “라이브인 2”를 유튜브로 보았다. 한국어를 꽤 잘 하는 독일인 다니엘 린데만이 어떻게 사회하는지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최근에 페북을 통해 자주 대화를 나누게 된 박충구 박사님의 모습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목이 매우 도발적이었다. “한국교회, 나는 너를 모른다.” 마치 장차 심판주로 오실 예수님이 한국교회를 향해 던지실 것이라고 예상(기대?)하는 말씀을 제목으로 달았다.

손봉호 박사님이 먼저 나오시고, 이어서 박충구 박사님이 나오셨다. 두 분은 한국교회를 위해 그 동안 애정 어린, 예리한 비판과 충고를 해 오신 어른이시기 때문에 한겨레가 두 분을 잘 모셨다고 생각한다. 두 분의 발언도 시의적절하고 매우 의미심장했다.

그런데 사회자가 첫 마디로 “기독교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손 박사님이 주신 대답은 기대 밖에 너무 단순해서 조금 실망했다. 기독교는 “유일신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과 인간이신 예수님이 인간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죽었다고 믿는 종교”란다. 갑자기 무거운 질문을 받았기 때문인지를 몰라도, 손 박사님의 대답은 한국의 일반 그리스도인들의 지적 수준을 전혀 넘어가지 못한 것이었다. 그분이 고신교회 장로님이셨기 때문이었기 때문에 그런 소박한 대답을 주셨을까? 그분의 발언이 한국인 대다수의 기독교 이해를 충실히 대변했든, 아니면 자신의 기독교 이해를 고스란히 노출했든, 기독교를 그 정도밖에 이해(소개)할 줄 모르는 그분의 (무)능력이 매우 아쉬웠다.

기독교 사회윤리학자로서 평소에도 예민하고 무거운 주제를 날카롭고 쉽게 설명해 오시던 박충구 박사님의 설명은 나무랄 것이 전혀 없었다. 한국의 거의 모든 기독교윤리학자들이 현실에 대해 전혀 발언하지 않고 침묵하는 (소심하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용감하게 발언하는 그분의 모습은 – 그분의 견해가 옳고 그르든 - 그 자체로서 매우 감동적이다. 아마도 신학대학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더 자유로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지만, 단지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좌우간 매우 답답하고 음울한 한국교회의 현실 한가운데서 한국교회를 위해 뼈아픈 발언을 던지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오늘도 매우 행복하고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