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육과 목회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2019년 7월 3일)

 

며칠 전에 나는 조금 특이한 현상을 목도했다. 양평 시장의 작은 건물 3층에 위치한 한 치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1층으로 내려오다가, 벽면에 붙여 있는 교회 안내판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런데 담임목사의 이름이 치과 의사의 이름과 똑같지 않은가! 호기심을 절대로 참지 못하는 나는 곧바로 병원에 올라가 간호사에게 물었더니, 나의 추측대로 그 의사는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후에 같은 건물 4층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담임하고 있었다.

어제 다시 병원에 들러 의사를 만났더니, 이미 그는 나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선물(책과 칫솔)을 주고받았다. 그가 의사가 된 후에 신학공부를 했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단지 어떻게 두 가지 일을 하며, 설교 준비는 언제 하는지를 물었다. 주말에 설교 준비를 한단다. 참 특이하고 기특하다.

오늘날 여러 가지 이유로 두세 가지 일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가난한 교회의 목사들은 세 가지 일(목회, 대리운전, 택배 등)도 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그러나 의사와 목사의 일을 동시에 하는 분은 처음 보았다. 한 가지 일도 벅찬데, 어떻게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을지 의아하고 신기했다. 소명이나 능력, 시간과 건강이 허락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겠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주업과 부업의 문제를 떠나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은 단점과 함께 분명한 장점도 가지고 있다. 물론 치과 의사는 결코 생계 때문에 두 가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신학대학과 교회는 점점 더 침체되어가고 있고, 그래서 재정적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다. 그래서 내가 퇴직하기 전에도 신학대학이 이제는 직업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지만, 대개의 교수들은 무관심이나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신학대학도 이제는 생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격증 이수 과정을 열기 시작했다. 교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어린이 선교원, 도서관, 체육관, 사회봉사관 등 다양한 복지시설을 운영해 왔다. 그래서 많은 목사들이 자격증 취득을 위해 또 다시 시간과 재정을 투자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신학대학의 교육은 여전히 예전의 패러다임에 안주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입학생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학생이 점점 줄어들자 야간과정을 개설하고, 학생들의 실력과 자질을 묻지 않고 무조건 입학시키는 현상이 생겨났다. 이로써 학교의 재정은 당분간 충당할 수 있겠지만, 질적 수준의 급격한 저하는 불을 보듯이 뻔하다. 지방 신학대학은 이미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가 오래 되었다. 그러나 고신대학은 자발적으로 정원을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신학대학이 점점 더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현상을 계속 방치하다 보면, 교수 충원이 어려워지고 우수한 학생 유치와 신학교육도 날로 부실해질 것이다.

이에 대한 한 가지 바람직한 대안은 바로 신학대학이 본격적으로 직업교육을 병행하고, 교단도 이중 직업을 승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학교와 교단일수록 저항은 더 거세질 것이 뻔하다. 서울신대의 새로운 총장이 선출되었지만, 그의 가장 무거운 짐은 바로 재정 확충과 입학생 모집이다. 나의 제안이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든든한 방책이 될 것이다. 이참에 교수들에게도 이중직을 허락함으로써 학교 재정을 줄이고 교육의 현장화에도 기여하는 이중적인 효과를 도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비록 나는 위기를 거의 겪지 않고 은퇴했지만, 대학과 교회, 후배들에 대한 나의 관심과 걱정은 간단히 사라지지 않는다. 학교를 나오니 이런 문제점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신학교육과 목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조속히 준비하기를 바라며, 나의 고언이 또 다시 “마이동풍”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