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적인 수도권 집중

(2019년 8월 21일)

 

지금 수도권에 모여 사는 인구가 거의 50%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현상이다. 이것도 세계 최초와 최대라고 자랑해야 하는가? 국토의 균형 개발과 인간다운 삶을 생각할 때, 이것은 병적인 현상에 가깝다. 주택과 환경, 질병과 범죄와 교통 대란 등 모든 문제는 대부분 여기서 비롯한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속담처럼 지금까지 모든 자원과 인력이 수도권에 온통 집중되었다. 내가 유학하고 돌아온 유럽, 특히 독일은 지방 개발과 분권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시골에 살아도 아무런 불편이 없었고, 그래서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우리나라를 이렇게 기형적으로 만든 책임은 국민보다는 지도자에게 돌아간다. 모든 것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하다보니, 지금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빚었다. 시골은 날로 텅텅 비어가고 머잖아 사라질 마을이 점점 늘어나지만, 수도권은 날로 더 비대해지고 있다.

내가 현풍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4년간 목회할 동안에도 날로 악화하는 시골의 공동화와 시골 교회의 침몰을 생생히 목도했다. 다행히도 이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그 당시에 노무현 정부는 수도와 공기업의 지방 이전, 혁신 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현풍교회를 떠날 때, 고별 모임에서 목사들에게 훈계했다. “시골이 죽으면 시골 교회도 죽는다. 시골을 살리는 지도자가 누구냐? 무조건 박근혜와 한나라 정당을 지지하지 말고 현 정부를 지지하도록 교인을 잘 지도해라.” 내심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모두가 묵묵부답이었다. 박근혜와 그의 정당을 비판하거나 노무현과 그의 정당을 지지하면, 바로 그날부터 왕따를 당하는 살벌한 분위기를 모르지는 않았지만, 기막힌 현실을 방관하는 목사들의 자세가 참으로 안타까웠다.

은퇴 후에 양평에 내려와 살아 보니, 생활의 질적 수준과 행복감은 부천에서 살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남북으로 분단되어 살아온 우리가 이제는 도시와 시골의 분단이라는 또 하나의 기막힌 비극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누가 이런 비극에서 우리를 탈출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