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의 골빈 머리를 보았는가?

 

 

(2019년 9월 7일)

 

 

내가 1983년 독일에 유학하러 갔을 때, 적잖은 문화 충격을 느꼈다. 튀빙엔 대학의 학생 식당 게시판에 붙은 두 가지 벽보는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하나는 동성애 지지에 관한 벽보였고, 다른 하나는 공산당 가입을 촉구하는 벽보였다. 그 당시에 동성애 지지 내용도 충격을 주었지만, 공산당 가입 내용은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자유민주주 국가인 독일이 어떻게 공산당을 허용하고 있을까? 알고 보니, 독일의 자유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공산당도 허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학 시절에 공산당의 이름을 가진 정당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정당(사민당)은 큰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알았다. 기민당은 이름 그대로 기독교 정신 위에 세워진 정당이지만, 사회주의 이념과 제도를 상당히 수용한다. 유럽과 남미 등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대립적으로 보지 않는다. 지금 독일이 실시하는 각종 사회보장과 복지 제도는 바로 사회주의 이념을 근간으로 한다. 유학 시절에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신정통주의 신학자들이 종교사회주의 운동에 적극 가담했다. 특히 칼 바르트는 일평생 (민주적) 사회주의를 강력히 지지했고, 자본주의를 큰 악으로 간주했다. 나의 스승 몰트만도 기민당이 아니라 사민당을 지지한다.

내가 독일에 유학할 당시에는 세계가 여전히 두 진영으로 나눠서 치열하게 싸울 때였고, 그래서 북한은 물론이거니와 소련과 중국 여행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튀빙엔에 유학온 미국 학생들이 소련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공산주의 국가 소련과 대결하는 강대국인 미국조차 자국민에게 공산국가 여행을 허용하고 소련이 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나라는 뭔가 잘못되었거나 국민이 억압을 받고 있고 속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지만, 헌법에 이미 사회주의 이념을 상당히 수용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와 토지 공개념, 그리고 공익을 위해 사익을 제한하는 수많은 법률이 바로 그러하다. 자유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조국 후보에게 "사회주의로부터 전향했느냐?, 전향할 거냐?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어떻게 동시에 지지하느냐?"라고 공격한 김진태의 무지와 몰상식을 목도하고, 우파 중에는 정말 무식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