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6

 

                    

(2019년 10월 26일)

 

 

오늘은 기묘하게도 이토 히로부미와 박정희가 사살된 날이 겹쳐 있는 날이다. 일제 침략의 원흉이 스러진 날과 철권독재자가 스러진 날이 겹치는 이유는 우연일까? 박정희를 사살한 김재규가 의도적으로 이 날을 거사일로 잡았을까?

나는 물론 기독교인으로서 타살을 지지하거나 가담하지 않는다. 그러나 본회퍼의 말대로 만약 미친 운전사를 계속 방치했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되었을지 생각할 때마다 안중근과 김재규의 행동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물론 김재규의 행동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심을 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가장 흔한 추리가 미국의 배후 음모설이다. 박정희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음모란다. 지금까지 수많은 나라를 침범하고 요인들을 암살한 미국을 볼 때, 충분히 생각할 만한 추리다.

그러나 수많은 양민을 압살하는 악인을 사살한 것 자체를 나쁘게만 볼 수 없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서초동과 광화문,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결한다. 그 누가 그 누구를 사살하고 싶은 충동을 오늘도 행동으로 옮길까? 이런 우연의 일치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역사가 격랑 속으로 휘몰아칠 때마다 반드시 이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오늘, 아니 오늘이 아니라도 언젠가 그 누가 역사의 심판대에서 엄준한 처형을 받을까? 그러나 악인보다는 오랜 적폐가 우르르 무너지는 것을 오늘 보고 싶다. 검찰과 언론과 교회와 정당에 똬리를 튼 간교한 뱀의 세력을 오늘 누가 사살할까?

이제는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깨어 있는 사람이 모두 나서야 한다. 오늘도 누가 총알을 장전하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두렵고 떨린다. 헤겔의 말대로 세계사는 곧 심판의 역사이고, 성경의 말대로 악한 짓은 호리라도 갚지 않고는 하나님의 심판을 모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