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한다

정성욱 교수의 글(크리스천투데이)에 대한 반론

                 

(2019년 11월 27일)

 

미국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정성욱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진단하는 글을 읽어 보았다. 나처럼 조직신학자라고 해서 시선이 더 끌렸고, 그에게 뭔가 배우고 싶어서 글을 읽어 보았다. 미국에서 조직신학자가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교회의 내면적 생명력과 성숙도의 위기, 교회 정체성의 위기, 가짜 복음(기복/번영주의, 율법주의, 방종주의, 신비주의, 영지주의), 사회윤리의 붕괴를 지적한 것은 새롭지 않다. 기복/번영주의의 본산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땅에서 이를 지적한 그의 용기가 돋보였다.

그러다가 그는 뜬금없이, 아니 전광훈 부류의 사람들처럼 갑자기 정치적 위기를 거론한다. “친북 주사파세력, 김일성주의자들이 정치권력을 잡은 이후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고, 건전한 정치문화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와 그 궤를 같이 한다. 한국교회가 그 정체성과 생명력과 성숙도를 힘 있게 회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도 한국교회와 함께 멸망해 갈 것이다.”

예부터 자생적, 친북적 공산(사회)주의자들은 존재해 왔다. 공산(사회)주의라고 모두 악한 것은 아니고, 자본(민주)주의자라고 모두 선한 것도 아니다. 복음 안에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내재해 있다.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자를 참으로 수호하려면, 유럽의 나라들처럼 사상과 결사의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은 법률로 엄격히 다스려야 하지만, 어떤 사상을 추종하고 어떤 단체를 만드느냐는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에 속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더 민주주의적인 때가 일찍이 있었는가?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지금처럼 잘 보장되는 시대가 예전에도 있었는가? 지금의 정부가 박정희와 전두환처럼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는가, 이명박과 박근혜처럼 거짓과 사기로 정권을 잡았는가?

물론 나는 자유라는 것도 얼마나 우스운 괴물인지를 잘 안다. 자유롭다는 인간도 얼마나 다른 힘에게 지배를 당하는 가련한 노예로 살아가는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민주국가라는 미국을 보라! 법치와 인권을 중시한다는 미국도 본질적으로는 돈과 무기, 언론, 백인우월주의 등에 의해 철저히 지배당하는 국가가 아닌가?

그럼에도 자유와 민주는 인간의 고귀한 가치에 속한다. 비록 자유 의지가 종종 노예 의지로 전락했더라도, 비록 자유가 힘센 자들과 간악한 자들의 의해 자주 악용되었더라도, 오직 자유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비판할 수 있고, 과감히 새로운 실험도 할 수 있다. 비록 민주가 다른 권세들(돈, 정보, 힘 등)에 의해 무참히 억압되고 사칭되었더라도, 오직 민주만이 이 세상을 더욱 살맛이 나게 한다. 세계는 지금도 더 많은 자유와 민주를 향해 얼마나 힘차게 돌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여전히 매우 반자유적이고 반민주적이다. 교회에 과연 사상의 자유가 있는가? 툭하면 이단 정죄이고, 나와 신학이 다르면 무조건 자유주의자란다. 교회가 과연 모든 교인들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가? 교회는 여전히 돈, 남성, 부자, 권력, 어른(노인?)에 의해 끌려가고 있지 않은가! 한국교회의 위기는 주사파 세력에 의한 자유-민주주의의 후퇴 때문이 아니라, 권위적이고 독재적이며 비민주적인 교회에 대한 절망과 그로 인한 교회 이탈 때문이 아닌가? 머나먼 미국에서 한국을 피상적으로 진단하는 정성욱의 빗나간 시선이 매우 안타깝다! 나도 조심해야 하겠다. 가까이서 본다고 항상 정확하게 보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