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면서
여러 번 한국에 다녀가셨기 때문에 다시는 안 오실 것이라고 생각했던 몰트만 박사님이 노구를 이끄시고 다시 한국 땅을 밟으신다고 한다. '영산신학연구소'가 주최하는 세미나의 강사로 오신다는 것이다. 4년 전에도 역시 이 연구소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다녀가신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몰트만 박사님처럼 역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시는 조용기 목사님의 은퇴를 앞두고, 두 분의 신학을 비교하는 가운데서 순복음 신학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이 세미나가 열린다고 한다. 이전의 주제가 '성령'이었다면, 이번의 주제는 '희망'이다.
이전의 세미나에서 나는 청중석에 우두커니 앉아 있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논평자의 임무를 띠게 되었다. 풋내기 목회자로서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논하는 일도 그렇거니와, 부족한 제자로서 위대한 스승님의 사상을 논하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도 이제는 불혹(不惑)의 나이를 넘겼으니, 할 말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논평과 논의에 참여하려고 마음을 먹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몰트만 박사님이 주장하시는 '희망'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분의 저서 '희망의 신학'이 한국에서 벌써 20쇄를 돌파하였지만, 이 책은 아름다운 제목만큼 이해하기 그리 쉬운 책이 아니다. 비록 내가 좀 더 쉽게 다시 번역하였지만, 신학생들과 일반 성도들에게 권장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분의 사상을 제대로 파악해 본답시고, 그분의 책들을 모두 사서 읽기에는 우리의 살림살이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몰트만 박사님의 저서들 가운데서 '희망'이라는 주제와 직접 관련된 글들을 골라 한데 묶어 보았다. 그분이 말하시는 '희망'이라는 주제는 우연하게도 내가 번역한 네 권의 책들 가운데 가장 뚜렷한 주제로 드러난다. 이번 세미나에 참여하는 분들만이 아니라 '희망'에 관해 더 깊이 생각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도 부족한 이 책이 유익한 재료가 되기를 바란다.
경제적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서를 계속 출판하시는 한들 출판사의 정덕주 목사님과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작은 이 책이 부족한 나를 제자로 삼아 친절하게 지도해 주신 스승님의 마지막 고국 방문을 기념하는 선물이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삶의 지표를 잃고 방황하시는 분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2004년 5월 15일 현풍제일교회 서재에서 이신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