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후기

 

 

머리말에서 저자 몰트만이 이미 언급하였듯이, 이 책은 두꺼운 그의 책 "생명의 영"(Geist des Lebens)의 핵심적인 내용을 작은 분량 안에 평이하게 요약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여기에는 소중한 몇 편의 글들이 추가되었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그가 영국의 포로 수용소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생생한 사건들과 그의 내면적 고투, 신앙 경험을 진솔하게 소개하는 글이다.

이로써 이 책은 몰트만의 생애를 통해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희망의 영"이 생성한 과정을 소상히 고백하고 있으며, 아울러 정치적 영성과 개인적 영성, 이 땅을 위한 희망과 하나님에 대한 경건한 신앙이 완전히 일치될 수 있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하나님의 영도 그렇거니와 사람의 영도 잘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예수는 자신의 경건 생활을 남 앞에서 과시하는 종교인들을 심하게 꾸짖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은 자연스럽게 열매로 드러나는 법이다. 그러므로 이전의 몰트만의 신학도 이미 그 자체 안에서 영성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혹은 그의 신학이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현실주의적이라는 오해를 피하고 싶기라도 하듯이, 몰트만은 성령과 영성을 더욱 더 강조하기 시작하였고, 그래서 그의 신학을 성급히 예단하면서 공격하는 사람들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은 몰트만의 내면적 영성을 가장 잘 보여주면서도, 아울러 우리 시대의 문제, 즉 환경 파괴와 자본주의적 병폐를 견제하는 실천적 영성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리하여 그의 영성은 "성령론적 생명 신학" 안에서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다. 더글라스 믹스(M. Douglas Meeks)의 말대로, 이 책은 21세기를 앞두고 있는 기독교 신학의 첨단에서 새롭고 포괄적인 방법으로 신학을 하도록 자극하고 있다.

스승의 책을 네 권째 번역하므로써 그분의 은혜에 다 보답한 것은 아니지만, 한결 마음이 가볍고 기쁘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기뻐할 독자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 끝으로 몰트만의 전집을 목표로 삼아서 그의 책을 빠짐없이 출간하느라고 수고하시는 기독교서회의 담당자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나의 영성이 더 한층 깊어진 것 때문에 하나님과 스승에게 깊이 감사하고 싶다.

1999년 4월

부천 성주산 아래에서

이신건